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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Dowsing Rods (2022)

다우징 로드

무음산방 (無音山房) 

김유진, 허가은

2022.10.4 - 10.9

 

Dowsing Rods 

Mueumsanbang 

Kim Yujin, Heo Gaeun 

2022.10.4 - 10.9 

 


L The knee of sitting girl, acrylic on canvas, 45.5×60.6cm, 2022

R Sitting boy, acrylic on canvas, 50.0×65.1cm, 2021-22

 

L My little flowing pattern, acrylic on canvas, 60.6×72.7cm, 2022

R This dress is to sit, acrylic on canvas, 40.9×65.1cm, 2022

 

Sitting girl, acrylic on canvas, 33.4×53.0cm, 2022

 

Deformation, acrylic on paper, 41×53cm, 2022

 

(사진촬영: 박현욱)


다우징 로드는 서구의 전통 수맥탐사 기법에 쓰이는 수맥봉을 의미한다. 이는 나뭇가지나 금속으로 만들어진 기다란 막대기 형태의 도구로, 수맥이 흐르는 지점에 이르면 움직임으로 신호를 보낸다고 믿어져 왔다. 이러한 기법은 그 효과와 전문성을 인정받으며 오랜 시간 그 명맥을 이어왔으나, 끝내 신뢰할 만한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밝혀졌다. 그렇다면 마법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불가사의한 움직임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답은 다우저, 즉 수맥을 찾는 사람의 무의식과 신체에 축적된 경험에 있었다. 이들이 수맥이 등장할 만한 특정 환경에서 미세한 근육의 움직임을 촉발해 로드를 움직였던 것이다. 이처럼 인간의 내면에는 그의 지향점과 일치하는 무엇에 자동으로 반응하며 이전에는 알 수 없던 앎을 드러내는 능력이 있다. 각자가 지향하는 아름다움―미적 진실이라는 수맥을 따라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대상을 현시하는 회화라는 매체가 우리에게 주어진 다우징 로드와 같다는 관점 하에, 김유진과 허가은은 세계라는 지면을 더듬고 있다.

 

김유진은 일상 속 사물과 보고 들은 이미지들의 환영이 유발하는 촉각에 의지해 새로운 개체 이미지를 생산한다. 이때의 환영은 주로 대상이 의미화 된 생각의 맥락에서 탈각하는 순간 발생한다. 그 속에선 미세한 중성자가 구멍 난 사람의 형상 앞에 마치 그 장면의 주인공인 양 등장하기도 하고 (<Micro diva>), 통통한 거미줄이 접시 깨지듯 네 조각으로 나누어지며 ‘쨍-’ 소리를 내기도 한다 (<소리그늘>). 이처럼 허물을 벗은 사물들은 물리적/시공간적 제약을 벗어나 그들만의 문법을 조직하며, 그 규칙들은―적어도 캔버스 바깥에서는―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는다.

 

허가은이 그리는 것들은 ‘크리미 creamy’하다고 정의 내릴 수 있다. 손가락으로 꾹 누르면 뭉개지는 크림처럼 작가가 관찰하고 표현하는 대상의 표면은 쉽게 무너진다. 신체가 움직이면 이를 감싼 의상에서 솟아오른 표면과 내리 앉은 표면이 바로 위치를 바꾸는 것처럼 말이다. 이들은 정지 상태로 우리의 눈 앞에 나타나게 되며, 관찰자가 옷주름을 아름다운 장면으로 포착할 때, 연약한 주름은 단단하게 박제된다. 덩어리진 주름은 화면 속에 단단하게 앉아 있고 (<Sitting girl>), 빈틈없는 패턴은 부조 같은 표면의 높낮이를 보여준다 (<My little flowing pattern>). 견고한 표면을 뚫고 내용물을 보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