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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틈새로 산책하기 (2023)

옥상팩토리 (Oksangfactory) 

이유진, 허가은 

2023.4.30 - 5.28 

 

Promenade in between 

Oksangfactory 

Lee Yujin, Heo Gaeun 

2023.4.30 - 5.28 

 

 

[콜렉티브프로젝트] 이유진, 허가은, 문하은 <틈새로 산책하기>

<틈새로 산책하기> 2023.04.30(일)-2023.05.28(일) (화, 수 휴무) 목~월 1:00~7:00 pm * 목요일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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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Rock you body say, 2022-3, acrylic on canvas, 163X115cm
2 Fly skyway, 2022-3, acrylic on canvas, 163X115cm
3 Everyday every time, 2023, acrylic on canvas, 163X115cm
4 Love it, love it, love it, 2023, acrylic on canvas, 163X115cm
5 Have a nice day, 2023, acrylic on canvas, 163X115cm

 

L Pink lace, 2023, acrylic on canvas, 24X30cm
R White lace, 2023, acrylic on canvas, 24X30cm

 

Sinking shrinking, 2022, color pencil on paper, 22.9X19.9cm

 

Trace drawing #1~4, 2022, color pencil on paper, 19.8X14.9cm

 

Scientist’s pattern, 2022, acrylic on canvas, 65.1X50cm

 

Powdery pattern, 2022, acrylic on canvas, 53X40.9cm

 

Sliced drawing, 2022, acrylic on canvas, 30X24cm

 

Lace side, 2022-3, acrylic on canvas, 30X24cm

 

(사진촬영: 박현욱)


지그문트 바우만에 따르면, 근대의 인간은 사막 같은 세계를 헤매고 다니는 순례자이다. 순례자는 이 세상에서 스스로를 이방인이라고 느낀다. 그에게 ‘여기’는 자기 집이 아니며, 그렇기에 언제나 ‘저기’를 향해 가는 중이다. 이들의 길은 안전하지도, 보장되지도 않는다. 오히려 매일 비슷해 보이는 길을 걸으며 미세하게 달라진 계절감과 풍경 등 외부환경에 집중할 뿐이다. 이는 현실감각과는 조금 떨어져 일상적 대상과 풍경을 다르게 보고 자신의 감각이나 경험을 재구성하는 것과 유사하다.

근대적 순례자의 후예는 산책자와 방랑자이다. 이전보다 무엇이든 빠르고 다양하게 체험하려는 사람들은 놓치고 지나가는 것이 많다. 여기와 저기를 빠르게 이동하며 다양한 세계의 가능성을 얕게 맛볼 뿐이다. 지속의 경험이 희귀한 것이 되어버린 오늘날, 어떤 이들은 머무는 법을 안다. 누군가는 있는 줄도 모르고 빠르게 지나쳤던 아스팔트에 고인 빗물의 반짝임을, 또 다른 누군가는 무대 위 아이돌이 춤추고 간 자리에 남은 옷자락 끝부분을 바라본다. 이들은 각자의 박자에 맞추어 가끔은 뛰기도, 가끔은 멈추기도 하며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한 ‘사이 시간’을 걷는다.

이유진은 자신의 몸에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촉각적 감각을 수집한다. 깊은 물 속에서 잠수하며 피부에 와 닿는 물의 결들을 온몸으로 더듬는다. 물속에서의 경험은 현실세계와는 동떨어진 상태로 느릿한 시간을 타고 곡선적으로 흐른다. 몸이 물을 가르면 결들은 더욱 잘게 쪼개지고 생동한다. 미시적으로 감각한 결들이 축적되어 캔버스 화면에서 거시적인 푸른 풍경을 만든다. 작가의 기억과 감각에 의해 재구성된 얇은 선을 따라가다 보면 서로 얽힌 수많은 결들을, 그 사이의 시간들을 읽게 된다.

허가은은 바로크시대의 드레스부터 가상세계의 3D 모델링된 아이돌 무대의상의 드레이퍼리 이미지를 수집한다. 외면의 풍성함을 강조하기 위해 여러 겹 덧대어진 천들은 신체와 의상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내고, 신체의 움직임에 따라 공간의 모양은 유연하게 바뀐다. 선에서 시작된 장식은 쌓이면서 덩어리가 되는데, 작가는 주름을 통해 그 순간을 지각한다. 옷에서 팔의 트임이나 목과 손목의 파임은 실용적 이유 혹은 미적인 이유로 만들어진다. 트임과 파임은 외부 공간과 내부의 공간을 연결하는 일종의 ‘틈’이 되기도 한다. 디지털로 이미지를 수집하는 과정 중 우연히 캡쳐된 장면은 제작자의 의도와는 동떨어진, 틈에 의한 새로운 두께와 공간을 만들어낸다.

(글: 문하은)

 

전시 전경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pezYUuN-RyE


전시하는 내 것들에 대해 About my things you meet

 

나는 주름을 가진 여러 가지 사물과 현상을 관찰해 왔다. 다양한 종류의 주름을 그려왔으나, 이번 전시 작품은 대다수 추상적인 주름을 다룬다. 작년 의정부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작품으로 전시의 청사진을 그렸고, 기획한 작업을 올해 문래동에서 준비했다. 전시하는 것들은 모두 입체적인 주름을 평면에 옮겨 그리는 방식을 실험한 것이다. 항상 한 가지 방식으로 그림을 그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매번 다르게 그린 그림을 보면서, 그림의 완성점도 변하였다. 몇 번씩 다른 색으로 덮을 정도로 화면 전체가 모습을 바꾼 그림도 있다. 2022년은 이 분야에 계시는 분들에게 의견을 들을 수 있는 해였다. 전해 받은 생각은 또 다른 생각을 낳는다. 작업을 계속하며 서서히 피부로 스며든 것들이 나를 변화시키는 것 같다. 내가 깨닫기도 전에 이미 전시장에 걸린 작업이 나의 변화를 설명하고 있을 것이다.

 

패턴 페인팅 Pattern painting

항상 주름을 패턴화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색연필로 드로잉 하듯 섬세한 선들로 화면 전체를 덮었다. 캔버스에 물감을 [칠하는 행위]보다 캔버스에 모양을 [그리는 행위]에 집중하였다. 멀리서 보면 온통 파란 그림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색이 비슷한 파란 선들이 그려져 있다. 최소한의 색 차이를 주려고 노력했다. 선은 다른 선과 만나지 않고 제 갈 길을 간다. 모인 선들은 하나의 패턴을 이룬다. 화면 안에서 패턴은 변주한다. 주름이 구겨지며 들어가고 나오는 모습이 똑같은 형상의 반복이 아닌 것처럼.

 

1.6m 페인팅 1.6m painting

작은 종이에 드로잉한 것을 내 키만 한 크기로 그리고 싶었다. 모티프가 된 아이돌들의 키는 나와 비슷하다. 드로잉을 페인팅으로 변환, 확대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드로잉의 한 획을 가져와서 붓으로 긋는 것을 반복한다. 아래로 떨어지는 무거운 주름을 계속 긋는다. 또는 팔이 구부러진 길을 따라 자연스럽게 생긴 주름을 가져온다. 볼록한 부분과 평평한 부분의 색을 다르게 칠한다. 다시 똑같게 칠한다. 차이가 없다. 다시 다르게 칠한다. 이 행위를 반복한다. 또는 포토샵으로 이미지를 늘리고 커진 선과 면들을 하나하나 칠한다. 제목은 그림 속 아이돌이 부르는 노래 가사에서 빌려왔다. 신나는 댄스 음악에 필요한 라임을 위한 단어, 의미 없는 단어들을 선별했다. 의상의 주름도 음악에 리듬을 맞춘다.

 

연장된 페인팅 Stretched painting

2개의 <lace> 그림은 아이돌 의상의 일부를 종이를 오려내서 붙이듯, 납작하게 그려낸 것이다. 앞에서 볼 때 한 면 밖에 안 보이는 일반 캔버스와 달리 옆면이 앞면처럼 연장된 캔버스는 다섯 면이 보이므로, 각각 독립적이지만 서로 이어지도록 구성했다. 옆면이 액자 역할을 한다는 점도 의식했다. 정육면체 캔버스 작업을 구상해 본다.

 

흔적 드로잉 Trace drawing

작품을 볼 때 작가가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본다. 드로잉은 그린 자국을 통해 어떻게 손을 움직였는지 보여준다. 페인팅은 붓질한 곳에서 자연스러운 차이를 만들어 낸다. <Trace drawing> 시리즈는 원본이 페인팅 습작으로, 붓질의 흔적을 따라 연필로 그려낸 드로잉이다. 붓 자국의 방향은 연필 선의 방향이 되었다. 수많은 선이 붓 자국의 면적을 채운다.

 

(글: 허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