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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노트 (2023~2024)

 

2024 

 

주름 

모든 사물에 주름이 있다고 생각한다. 매끈하게 보이는 사물도, 잘 관찰하면 선, 결, 무늬 즉 주름이 있다. 주름을 가진 사물의 부드러운 속성을 주목한다. 

 

페인팅 

화면 안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주름들을 그린다. 주름은 선, 흐름, 공간이 합쳐진 개념이다. 주름을 붓질로 나타내고, 곡선의 흐름을 반복한다. 앞으로 나오고 뒤로 들어간 주름이 만들어낸 공간을 그린다. 

 

드로잉 

색연필로 선의 응집에 집중한다. 겹겹이 쌓이는 선으로 주름 조각과 여백의 조화를 이룬다. 매끈해 보이는 것들의 표면을 쪼갤 수 없는 세밀한 선으로 조각내어 단단한 형태를 만든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것을 추구한다. 

 

옷 주름 

인체가 움직이면서 옷 주름이 만들어내는 가변적, 능동적 공간을 그린다. 옷감과 피부 사이 공간의 모양을 떠올린다. 원래 인체의 모양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표면을 꾸며내는 옷 주름의 윤곽을 따라간다. 표면에서 주름을 수집하고 추출하는 과정에서 추상성이 두드러진다. 

 

모티브 

그리스·로마 시대 고전 석상, 케이팝과 제이팝 아이돌, 일본 게임 속 캐릭터 등에서 주름 모양을 순수 조형 요소로 변환한다. 비일상인 것들에서 유사점을 발견한다. 정물화, 풍경화, 인물화의 구도를 차용한다. 

 

계기 

수태고지 회화 속 성모의 푸른 치마를 처음으로, 전통 회화와 조각에서 아래로 흘러내리거나 부풀어 오른 옷 주름을 발견했다. 주름은 하나의 장식으로, 꾸며주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독자적인 존재감을 느꼈다. 

 

결과 

주름을 구상과 추상의 사이에서 그린다. 붓의 스트로크로 두께를 나타낸다. 옷감의 얇은 부피감, 두께감을 만든다. 윤곽선을 따라 그린다. 주름을 조각조각 떼어내서 조형적인 효과를 의도한다. 주름이 만드는 공간을 그린다. 

 


 

2024 

 

나는 한 가지 형태로 정할 수 없는 것들의 변화하는 모양에 관심이 있다. 특히 천으로 만들어진 옷에 주름이 생겼을 때, 일그러진 윤곽선을 눈으로 따라가며 그린다. 나는 화면 안에서 선들이 자유롭게 유영하는 드로잉을 한 다음, 그 선들을 겹겹이 쌓아 두께감을 만든다. 그 결과 시시각각 바뀌던 원래의 주름은 단단해진다.

 

나는 주로 아이돌 무대 의상이나 런웨이 위 모델의 의상에 영감을 받는다. 처음 작업을 시작한 계기는 한 의상의 소매 부분이었다. 소매에 트임이 있어 팔이 드러나는 디자인이었는데, 팔을 움직일 때마다 보이는 내부 공간이 어떤 모양인지 궁금했다. 부풀어 오르고 복잡한 주름 모양 가운데 텅 비어 있는 공간의 모양이 매력적이었다.

 

주름은 얇은 천에 있던 평면의 납작함을 깨고 부피감을 형성한다. 나는 주름으로 생기는 새로운 표면의 선들과 흐름, 공간을 그리고 싶다. 먼저 초 단위로 바뀌는 비정형의 주름들을 수집한다. 드로잉한 이미지를 조합하고, 그 결과를 다시 해체하는 등 2, 3차 이미지를 만들면서 맥락을 제거한다. 평소에 보지 못한 이상한 광경 속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모양에 집중하여 페인팅과 드로잉을 한다.

 

 


 

 

2023 

 

나는 풍성한 덩어리를 이루는 현실과 가상 세계 속 아이돌 의상의 내부 공간에 관심이 있다. 나는 ‘Perfume’, ‘레드벨벳’ 등 아이돌이 부피가 큰 무대 의상을 입은 것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어깨를 실제보다 확장하자 팔 부분 소매가 부풀어 오르고, 트인 구멍으로 옷 안의 공간이 얼핏 보였다. 이 소매를 보고 ‘부풀어 오른 드레이퍼리’라는 명칭을 고안했다.

 

부풀어 오른 표면은 내부 공간을 알 수 없게 한다. 피부와 옷감 사이에 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게 된다. 관절의 움직임에 따라 몸 실루엣에서 튀어나오는 형상만으로, 인식 불가능한 공간을 더듬어 볼 뿐이다. 특히 게임에서 관찰한 의상은 덩어리로 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공기로 차 있을 공간이 빈틈없이 채워진다.

 

나는 드레이퍼리의 표면에서 추상성을 발견했다. 고대의 여성 좌상은 머리와 팔 없이 드레스 자락만 표면에 나타내고 있다. 나는 이것이 드레이퍼리의 표현만 남아 있는 추상 조각이라고 느꼈다. 게임 속 아이돌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실제처럼 보이기 위해 덩어리를 형성하는 방법은 결국 점, 선, 면에 의존하는 단순화, 추상화라고 느꼈다.

 

그렇기에 나의 작업은 선에서 출발한다. 나는 주름과 장식을 재현한 회화, 조각, 만화, 패션 디자인 등을 참조한다. 내가 열광하는 지점은 간결한 선과 배색으로 2차원으로서 할 수 있는 최대의 효과를 내는 것이다. 나는 먼저 라인 드로잉을 통해 주름을 선으로 포착하고, 페인팅과 드로잉, 사진을 다시 그려내거나 가공하여 결과물을 만든다. 복잡하고 정교한 선으로 연약하지만 단단해진 주름을 나타낼 것이다.

 

나는 다양한 매체에서 주름 클리셰를 발견한다. 박물관 아카이브에서 부서진 조각상을 발견하거나, 주름을 잘 묘사한 회화를 확대하고, 무대 의상을 입고 춤추는 아이돌 영상을 캡처한다. 우리가 주름이라고 인식하는 이미지, 즉 분명한 클리셰를 작업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주름은 추상화된다. 부풀어 오르고, 여러 겹으로 겹치고, 특정 모양이 반복되는 주름을 추출하여 평면의 캔버스에 흩뿌려 놓는다.